무한한 새고

나무는 자란다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뿌리가 땅을 뚫고 내려가듯
나도 어디론가 뚫고 간다.

돌은 굴러간다
언덕 아래로, 혹은 마음 안으로,
멈추는 듯 보이지만
결국, 계속 굴러간다.

새는 날아간다
구름 위를 헤치며,
지평선을 넘어 또 다른 하늘로,
그러나 깃털 하나는 떨어지고
바람은 그 깃털을 기억한다.

사람은 생각한다
끝없는 길을 거닐며,
길 위의 먼지를 넘겨본다.
어디가 시작이었는가?
그 끝은 무엇인가?
그러나 답을 찾는 대신,
또 다른 질문이 돋아난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새는 날아가 어디로 가는가?
돌은 멈추지 않고 무엇을 좇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새기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어디로 새겨지고 있는가?

무한한 새김 속에서
우리의 흔적은
끝이 없는 이야기의 작은 점일 뿐.

그리고 그 점은,
다른 누군가에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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